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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리뷰

[게임리뷰] 인조이(INZOI) 플레이 후기

by 은성 (euni) 2025. 3. 29.

인조이

 

바로 어제, 3월 28일.. 기다려온 게임인 인조이가 얼리억세스로 발매되었다.
대략 5시간 정도 플레이 해보았으며, 후기 겸 개선되었으면 좋겠는 부분을 정리하고자 글을 써본다.

 

심즈4 플레이타임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심즈4를 약 1400시간 플레이한 유저이고,
최근 나온 취미와 사업 제외 모든 확장팩, 결혼팩과 바투팩 제외 모든 게임팩, 기타 아이템팩과 키트 다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심즈4에만 사용한 돈이 최소 100만원은 당연히 넘어갈 것이다.

심즈를 켜면 보통 커마 1시간, 건축 2시간을 기본으로 하며 여기서 그만두는 경우가 8할이고,
플레이는 보통 야망 달성하기, 대학 졸업하기, 직업 10레벨 찍기, 기술 만렙 찍기, 육아를 한다면 엘리트(...) 만들기 등 소위 갓생을 사는 성취지향적 플레이를 선호한다.


심즈의 대항마라고 언급되며 다수의 심즈 유튜버들이 테스트 때부터 정보를 공유해준 인조이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한국 게임업계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글로벌하고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크래프톤의 게임이라 더 기대가 되었다.

오늘 리뷰는 캐릭터 커마, 건축, 플레이 각 면에서 내가 어떤 느낌을 받았으며, (아직 얼리억세스 단계이므로) 앞으로 어떻게 개선되었으면 하는지 써내려가보고자 한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처음으로 만들어 본 캐릭터


인조이의 커마는, 심즈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다. 이 느낌은 단순히 알파 CC를 사용하는 것 이상이다.

우선은 다수의 얼굴 프리셋이 제공된다. 여캐는 엄청 많고, 남캐는 상대적으로 적다.
여캐 얼굴 프리셋을 쭉쭉 내리다가 느낀 점은... 너무 많다! 내리고 내리다 보니, 뭘 선택해야 하는 지 잘 모르겠었다.
그래도 프리셋에 따라 느낌이 휙휙 바뀌니 많이 준비해준 만큼 다양성이나 퀄리티도 좋다고 느꼈다.

심즈의 커마가 0에서 1을 창조하는 느낌이라면, 인조이의 커마는 프리셋이 1로 이미 제공되어 있고 거기서 성형수술하듯이 미세한 조정을 통해 좀 더 완벽하게? 깎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극단에 치우친 플레이어들이 선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 프리셋대로 생성해도 괜찮거나, 완전 의도를 가지고 뭔가를 깎아보고 싶은 사람.. 그 중간 단계의 플레이어(나)가 뭔가 유의미한 만족감을 얻기엔 난이도가 좀 있다고 느꼈다. 좀 더 익숙해져야 할 것 같은 느낌..



2번째 시도는 프리셋에서 좀 벗어나게 만들어보자! 하는 느낌으로 노력해보았다.
빌리 아일리시를 닮은 프리셋(이미 너무 예쁘다)에서 우측의 조이를 만들어 냈다. 얼굴을 만질 땐 솔직히 체감이 잘 안 됐는데, 확실히 헤어 스타일을 바꿀 때 가장 '달라졌다'고 느꼈던 것 같다.

나는 보통 심즈에서 심을 만들 때 컨셉을 정해놓고 (ex. 대학 보낼 땐 너드 스타일, 범죄자 스타일, 냉철한 의사 스타일, 농사 짓는 스타일, ...) 만드는 편인데, 아직 인조이의 플레이에는 이렇게 컨셉 플레이 할 만한 요소가 없어서 그런지 무난하게 만들게 되었다.
처음 만들었던 히피펌 뽀글머리 심은 히피펌을 하고 싶은 내 욕망의 반영이다.. 아마 사람들도 초기엔 이렇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해서 플레이를 하지 않을까?


남캐 커마


남캐 커마는 심즈에서도 그랬지만 여캐 커마보다 재미도 없고 예쁘게 만들기도 어렵다. 나는 심즈에서도 여캐 위주로 커마를 하는 편이라 남캐는 몇 번 만져보다가 그만뒀다. 
남캐 커마를 하면서 느낀 점은 어깨 너비를 조정할 수 없는 것도 그렇고 애들이 좀 호리호리한 느낌? 나는 남캐는 두꺼운 스타일로 커마하는 걸 좋아해서 좀 아쉬웠다.


개선 제안점
- 얼굴의 세부 조정 가능한 포인트들을 점으로 계속 보여주는 것.. 당연히 필요하고 이게 최선이라는 건 알지만 커마를 하면서 동시에 얼굴의 느낌을 확인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막 만져놓고 황급히 마우스를 치운 다음에 고뇌하는 그런 딜레이가 생기다 보니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 보조개 얼굴 특징이 있으면 좋겠다!
- 랜덤 이름이 한국 이름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나중에는 업데이트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 의상을 벗길 때(혹은 뭔가를 취소할 때) 분류 목록 내에 들어가서 아이템 위에 있는 삭제 버튼을 눌러야 벗겨지는 게 아쉬웠다. 심즈의 UX를 참고해서 분류 카테고리 버튼 자체에서 해당 분류의 아이템을 모두 벗는 기능이 있으면 프리셋 등에서 자동으로 생성된 아이템들을 벗기는 과정이 덜 번거로워질 것 같다.
- 부위별 형태 프리셋이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얼굴 전체의 통 프리셋이 하나만 제공되고 있어서, 이 얼굴에 저 눈이나 저 얼굴에 이 코 같은 게 불가능하다. 이런 부분 프리셋이 있다면 모든 결과물이 프리셋의 파생작같은 느낌을 완화할 수 있을 것 같다.
- 어깨 너비 슬라이더.. 부탁합니다.
- 남캐 골반 크기 슬라이더.. 부탁합니다 2..

 

건축

건축 외관 (지붕이! 공중에 떠있다!)


심즈4에서 건축을 좋아하는 나다 보니 건축에 엄청 기대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인 라라심즈님도 건축 기능이 세밀하다 등 칭찬을 했기 때문에 더 기대했던 것 같다.

건축 모드의 첫 인상은... "매우 어렵다"였다. 
화면은 휙휙 돌아가서 멀미 나지, 허허벌판에 냅다 벽을 그리고 있는데 마음만큼 예쁘게 나오지도 않고, 무슨 아이템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서 혼란스럽고.. 그래도 대충 하다보니 집 하나 정도는 완성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


여기서도 내 로망을 담아.. 차고가 있는 집을 지어 보았다. 차고에서 밴드 합주를 하는(개러지 밴드) 로망이 있기 때문이다.
차고에는 각종 악기를 때려 넣어 보았다.
심즈에서도 스타팅 하우스로는 보통 소형주택을 지어서, 오밀조밀 밀도 있게 짓는 것을 좋아하는데 뭘 어떻게 채워야 할 지 모르겠어서 기본에 충실한 집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싸씻먹자는 다 있다..

 

뷰가 너무 좋다


내가 멀미가 나서.. 오래 집중을 못 하다 보니 대충 마무리 지었는데
다른 걸 다 떠나서 이 오션 뷰를 보고 마음이 정화되었다.
아무래도 건축은 좀 더 숙련이 필요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흑흑)

 

 

개선 제안점
- 그리드가 촘촘한 게 장점이긴 한데 단점이기도 하다. 그리드 4개 정도를 묶은 대형 그리드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 그리드가 촘촘하다 보니 대칭 확인이 너무 빡세다. 자 기능같은 대칭 확인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 복제 기능의 접근성이 너무나도 떨어진다. 심즈4에서는 E키였나? 를 누르면 바로 복제 모드로 전환돼서 편했는데 인조이에서는 아이템을 하나 누르고 복제를 누르고 다른 아이템을 다시 눌러줘야 해서(심지어 완전히 동일한 아이템에만 적용된다.) 번거로웠다. 약간 엑셀에서 서식 복사 하는 기분?
- 벽과 바닥의 세팅도 복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건축 아이템도 의상 아이템처럼 색상 조합 프리셋이 몇 종 제공되면 좋겠다. 자유도가 너무 높아서 오히려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 드래그해서 방 그리기... 이거 제발 넣어주세요. 방 크기 같은 걸 산정하기가 너~무 어렵다. 이미 배치된 방을 편집하는 것도 어렵다.
- 아이템 배치할 때 파란 그리드? 같은 게 뜨는데 그걸 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변과 조화를 보면서 배치를 해야 하는데 일단 배치를 해놓고 보고 편집하는 느낌이라 캐릭터 커마와 마찬가지로 흐름이 끊기는 느낌을 받았다.

 

플레이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나는 짧은 시간이지만 대체로 마을을 구경하며 느긋하게 살아가는 플레이를 했다.
바닷가 마을에서 시작해서, 바다 구경도 하고 비치 타올에 누워도 있고, 운동도 좀 하고, ... 내가 바라는 평온한 삶이 이런 걸까? 싶은 느낌을 받았고 재미는 잘 모르겠지만 꽤나 만족스러웠다.
심즈4 아일랜드 팩을 처음 구매했을 때 술라니에서 조깅만 시켜놓고 하루를 보내도 행복했던 그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자강세천


버스킹을 하고 있길래 빈백에 앉아 있었는데 바로 옆에서 다른 사람이 버스킹을 시작하고, 심지어 그 옆에서 스피커로 노래를 틀어버리는 자존심 강한 세 천재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상황이 너무 웃겨서 스샷을 남겼다.

뭐랄까 생활 플레이는.. 지연이 있는 느낌을 좀 받았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내가 누구랑 대화를 하고 있는데 애들이 갑자기 멈춘다. 그리고 저~ 멀리서 처음 보는 사람이 저벅저벅 걸어오면 대화가 재개되는데(그룹 대화 판정인 것 같다) 딱 한 마디를 나누고 그 사람은 다시 저 멀리로 가버린다.
맵이 넓고 래빗홀이 없는 오픈 월드?다 보니 어디를 가려면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것도 좀 답답한 포인트이다. 초반에야 마을 구경하고, 버스 타는 게 신기하다고 한들 나중에는 플레이의 방해 요소처럼 느껴질 것 같다.

 

그림 처음 그리는 사람 맞아요..?


그리고 무슨 컨텐츠를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카페도 가보고, 놀이동산도 가보고 했지만 너무 당연하게 커피 마시고 회전목마 타고 끝이었다.
직업을 가지는 것도 꽁꽁 숨겨져 있어서 한참을 찾아서 발견했고, 소망이 뜨긴 하는데 그걸 어디서 해소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라 답답했다. 
그림을 벌어서 먹고 사는 삶을 해보고 싶었는데 레벨 1 그림이 이렇게 뛰어난 모습으로 나와서 (근데 품질은 나쁨이다) 약간 몰입이 깨졌다. 스킬 레벨도 생각보다 너무 빨리 올라서 성취하는 느낌이 적었던 것 같다.

그래서 플레이는 오래 하지 않고.. 이렇게 마무리 했다. 나중에 팩이 나오고 컨텐츠가 나오고 좀 할 맛이 나게 바뀌면 그 때 다시 하게 될 것 같다. 그 전에는 바닷가 힐링 라이프나 즐겨야지~

 

 

개선 제안점
- 카메라 움직임이 캐릭터에 너무 제한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심즈에서 카메라 이동 키였던 WASD가 이동 키가 되어 버려서 카메라를 움직이려고 하면 행동이 취소되어 버리는.. 그런 실수가 매우 잦게 발생했다. 카메라만 이동하는 조작이 불편했는데, 심즈처럼 우클릭으로 특정 포지션으로 바로 카메라를 이동시킨다거나 하는 조작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대화에 누군가 참가할 때 지연이 완화되면 좋겠다. 버근가 싶을 정도로 한참을 기다린다.
-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면 좋겠다. 무슨 느낌이냐면 애들이 대사 한 마디 뱉고 가버린다. 열심히 걸어와 놓고 한 마디만 하고 가버리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사실상 자유 의지로 대화는 내가 참여하지 않은 대화가 더 자연스러워 보였던 것 같다.
- 소망을 눌렀을 때 적어도 가이드를 띄워주거나, 바로 해당 소망을 달성할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 직업 등 목표를 가지고 플레이 할만한 요소들이 너무 꽁꽁 숨겨져 있다. 
- 하루가 매~우 길다. 이거는 설정을 바꿀 수 있다고 하니 패스.. 첫 출근이 화요일인데 화요일까지 기다리기 지루해서 직업 체험을 못 해보고 껐다.

 

 

총평

내가 (현실에서) 좋아하는 스프링도 탈 수 있다.


인조이를 별점으로 평가해보자면 나는 5점 만점에 3.8점 정도를 주고 싶다.
별로는 아닌데, 마냥 좋지는 않다. 무난한 느낌? 아직 얼리억세스 단계이기도 하고, 아쉬운 부분은 충분히 개선될 것이라 믿는다.
추가로 심즈4의 확장팩을 고려했을 때 판매 가격 대비 게임 퀄리티는 좋은 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서 인조이를 계속 할 거냐? 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렇다. 라고 할 것 같다.
아직 알아갈 부분들이 많은 게임이고, 발전할 부분들이 많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끔 커마나 건축이 생각날 것 같다. 좀 더 숙련이 되면 그 땐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심즈의 대항마, 라고 하기엔 두 게임의 매력이 많은 부분 다른 것 같다고도 느꼈다.
인조이는 좀 더 현실적인 삶, 심즈는 좀 더 게임적인 삶을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인조이가 심즈의 경험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려울 것 같지만, 적어도 유저층은 상당 부분 겹칠 것 같다. 뭐 게임은 여러 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 아니겠나~ 인조이의 등장으로 심즈도 좀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