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라스트 오브 어스가 쿠팡플레이에 올라왔다!
방영될 때부터 보고 싶었는데, 한국에서는 볼 수 있는 경로가 없는지라 언제 들어올지 기대만 하고 있었다.
(그 때도 쿠팡플레이에서 HBO의 시리즈들을 일부 들고 왔었는데, 그래서 라오어도 언젠가 들어올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믿고있었다고 쿠팡플레이..!)
21일 금요일 저녁 8시에 공개된다고 해서 월요일부터 손꼽아 기다리다가, 거의 공개되자마자 시청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너티독의 동명의 게임을 기반으로 한 실사 영화이다.
원작의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이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원작 게임의 팬이 되었고,
옛날 게임이라 직접 플레이는 못 해봤지만 스토리 요약 동영상을 여러 번 정주행할 정도로 그들의 스토리에 완전 빠져들었다.
스토리 자체가 너무나도 눈물 버튼이라 가끔 슬프고 싶을 때(?) 보기도 한다.
*이하 스포일러 주의!*
오늘 마지막화까지 모두 시청하였고, 개인적인 감상평을 적어보았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들
1) 게임에 비해 자극이 부족하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도파민 중독인가? 라고 느껴질 정도로 각색된 내용들이 슴슴하게 느껴졌다.
핵심적인 주요 사건들과 메인 스토리라인은 잘 구현되었으나 전반적으로 감정선, 서사에 집중하고 액션이 많이 생략된 느낌이었다.
물론 원작이 게임이니만큼 폭력적인 면모에 대해 우리가 무디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느꼈다.
대표적으로 마지막에 엘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살해된 파이어플라이들의 시체를 비춰주는 구도를 보며 나는 너티독이 시즌 2에서 (그 표현 방식이 너무도 이상했지만) 제시하려던 주제의식이 무엇이었을까를 약간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게임이었다면, 그들은 사람이라기보다는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장애물, 죽여야 할 적, NPC 정도로 취급된다. 하지만 드라마로 표현될 경우엔 다르다. 그들은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고, 생명이다. 게임에는 오직 주인공의 의도만 있지만, 현실 세계는 각자의 의도로 인해 돌아간다.
그 시체의 길을 보았을 때 폭력이라는 건 너무도 끔찍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라스트 오브 어스가 제시하려던 주제의식은 결국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서의 인간성의 상실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드라마의 어떤 매체적 포지션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면 충분한 액션을 담아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이런 액션적인 면모와는 별개로 일부 구간의 아쉬움이 있었는데, (특히 원작에 비해) 아쉬운 몇 가지 부분들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 빌의 서사 (3화)
우선 말하자면 나는 원작 파괴니, PC니 하는 비판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게임 실사화가 무조건 원작을 100% 따라야 할 법도 없을 뿐더러, 빌이 게이건 헤테로건 그게 서사에 얼마나 지극한 영향을 미친단 말인가.
그치만 나는 빌과 엘리의 티격태격하는 에피소드를 좋아한단 말이다.. 그가 설치해둔 함정부터 배터리를 찾기 위한 여정, 그리고 마지막에 배터리를 가동시키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엘리와 트럭을 밀어주는 빌과 조엘.. 뽀려온 만화책과 잡지.. (그리고 남겨진 빌의 예상되는 반응) 그 모든 서사가 통째로 날아간 점이 너무나 아쉽다.
이러한 감상은 내가 근본적으로 사랑 이야기에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는 사실과 맞물려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주인공과는 "그와 테스의 옛 친구였다" 정도로 엮여 있는, 일면식 없는 남의 러브스토리를 한 화 내내 봐야한다는 사실은 좀 고통스러웠다.
메인스트림의 흐름이 끊길 뿐더러 감정선이 이해가 잘 되지도 않았다. 그렇게 경계심 많은 사람이 프랭크를 왜 받아주었을까부터 하는.. 어떤 사랑이라는 컨셉의 비합리성으로 인해 납득이 되지 않은 시점부터 지루함을 느꼈던 것 같다.
(첫 날은 3화를 보고 흥미가 좀 떨어져서 시청을 멈추기도 했다. 재주행한다면 3화는 스킵할 듯하다. 3화를 스킵해도 서사에도 전혀 영향이 없다.)
- 캔자스 시티의 약탈자들 (4~5화)
캐슬린이라는 오리지널 캐릭터를 주축으로 하는 집단과, 원작의 샘과 헨리의 갈등을 그려낸 캔자스 시티 에피소드(4~5화)는 주인공들의 고난과 역경에 충분한 개연성을 부여해주는 것 같아 재미있게 시청하였다.
특히, 자신들 역시 페드라의 비인간적인 행위의 피해자였으면서 상황이 역전되자 막상 자신들이 폭력의 주체가 되는 캐슬린 무리의 모습은 인간성의 상실이라는 주제를 반성적으로 성찰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근데 빌런들의 엔딩이 좀 아쉬웠다. 주인공 일행이 닥친 위기에 이보다 더 나은 돌파구가 있었을까 싶긴 하지만, 지하에서 튀어나온 그 수많은 좀비들은 오직 캐슬린 무리만 노리고.. 너희들의 업보다! 와 같은 식으로 퉁치고 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개연성이 부족했다기 보다는, 한 빌런의 엔딩으로는 너무도 허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블로터도 그의 강한 힘을 알 수 있는 포지션으로 등장하긴 했지만 주인공 일행과의 충돌이 1도 없어서 아쉬웠다.
- 조엘의 부상 (6화? 7화?)
대학교에서 약탈자의 습격을 막다가 난간에서 떨어져 부상당한 조엘, 그리고 이어지는 겨울에 그를 간호하며 타인과 자신의 비인간성을 마주하는 엘리.. 완벽한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에피소드는 실사 드라마에서 구현이 매우 잘 되어 있다.
내가 다만 아쉬웠던 건 조엘이 부상당하는 상황이 각색되었는데, 약탈자와의 스펙타클한 액션과 난간 추락 씬이 사라졌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전반적으로 액션감이 빈약해서 이쪽의 액션 씬이 얼마나 잘 뽑힐지 좀 기대했었는데, 기대한 영상을 보지 못해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복부를 크게 다치고 말까지 걸어가는 게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잘랐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2) 놓쳐서 아쉬운 원작의 포인트들
- 사라의 죽음에 대한 조엘의 대사 (1화)
1화는, 진짜진짜 잘 뽑혔다.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잘 뽑혔다. 각본에 원작자인 닐 드럭만이 참여했다고 한다.
정말 사소하지만 하나 아쉬웠던 부분은, 사라가 죽을 때 내 울음버튼 대사인 "Don't do this to me.." 가 생략되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원작의 감정선이 너무.. 너무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라의 죽음씬의 감정선 부분이 원작에 비해 좀 짧게 잡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 감정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싶었다.
- 엘리의 어린 아이같은 면모
전반적으로 엘리가.. 혼자 있을 때 수상쩍은 사이코패스 표정으로 총을 쓰다듬으며 피유피유 거리는 중2병 캐릭터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이런 중2병 캐릭터는 좋아하지 않아서.. 보면서 좀 머쓱했다.
원작의 엘리는 좀 더 순진하고 어린아이다운 면모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리면서 어른처럼 행동하려는 면이 있긴 하지만 오히려 그게 아포칼립스 세상에서의 자기방어적인 기제처럼 보여서 납득이 되었었다.
드라마의 엘리는.. 잘 모르겠다. 아직은 어린 것 같긴 하지만 그 면이 부각되진 않았고 그래서 "딸" 같다는 감정을 느끼는 데에 시간이 더 걸린 것 같다. 위에서 말했듯 세상물정 모르는 중2병처럼 느껴졌다.. 흑흑
내가 원작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어디였더라? 약탈자한테 습격을 당했는데 모든 사건이 끝나고 엘리가 흥분해서 대사를 와다다 쏟아내는 부분이 있다. 그 장면을 보고 애는 애구나, 라는 감정을 느꼈었는데 그런 장면들이 생략이 되어서 아쉬웠다.
좋았던 부분들
아쉬운 부분들을 늘어놓았지만, 드라마에 대한 총평을 남기자면 나는 너무 재미있게 봤다.
원작의 스토리라인 자체가 명작 그자체이기 때문에 당연하겠지만, 스토리도 너무 좋았고 원작의 소소한 요소들을 볼 때 반가운 느낌도 들었고, 그리고 일부 부분에서는 원작을 초월했다고 느끼기도 했다.
- 아포칼립스 분위기
실사화에서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당연하게도 그래픽적인 이질감이 아닐까 싶다.
나는 영상물을 볼 때 "CG 티가 나는가" 하는 부분을 정말 끔찍하게도 신경쓰기 때문에 (CG 티가 난다 싶으면 마음이 팍 식어버린다..) 더 걱정을 했었다.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라오어는 배경부터, 크리쳐까지 구현이 잘 되어 있고 영상 자체의 미감이 끝내줬다. 진짜 아포칼립스 세계를 그대로 구현해둔 것 같았다.
특히 곰팡이로 뒤덮인 건물들이 헉 할 정도로 예술적이면서 아포칼립스스럽다고 생각했다.
클리커 처음 등장할 때,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질렀다. 그래픽 뿐만 아니라 사운드 연출에서도 공포스러우면서 기괴한 느낌을 잘 살렸다.
- 샘과 헨리의 서사 (4~5화)
샘, 헨리의 서사가 우연히 마주친 생존자 그룹이 아니라 쫓기고 있는 배신자 그룹으로 바뀌는 바람에 초반에 캐슬린이 헨리헨리 거리면서 찾을 때 누구지? 오리지널 캐릭턴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동생인 샘이 언급되는 순간, 아! 이 사람들이구나 라고 떠올릴 수 있었다.
이 둘의 서사는 너무도 비극적이다. 아픈 동생과 그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서 배신자가 되어버린 형, 여기서 오는 도덕적 딜레마는 드라마의 오리지널 요소라고 봐도 될 것이다. 그저 "어린 아이를 보호하는 보호자" 라는 공감대를 떠나 샘과 헨리의 서사에 이입할 수 있는 요소들을 더 많이 배치해두어서 원작보다 더 몰입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 이 부분의 충격은 원작에서 그 장면을 처음 접한 바로 그 충격을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다음화를 틀면 그 장면을 다시 보여준다.. 악랄한 제작자들)
- 토미에게 엘리를 맡기고 떠나려는 조엘 vs 상처받은 엘리 (6화)
토미를 찾아낸 조엘은, 갑자기 자신감이 떡락해서 자신보다 나은 토미에게 엘리를 떠넘기고(?) 자신은 떠나려고 한다.
사실 원작에서 이 부분의 감정선이 잘 이해가 안 됐었는데, (인간병기 조엘이 왜 갑자기..?)
오히려 드라마에서 조엘이 좀 더 감성적이고 인간적으로 표현되면서 그의 감정선을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조엘이 엘리를 설득하려 논쟁을 하던 중 엘리가 "내가 좋아하던 사람들은 전부 죽거나 날 버렸어요. (조엘을 밀치며) 전부요. 아저씨만 빼고 (Everyone, fucking except for you.)" 라고 말하는 대사는 내가 좋아하는 대사인데, 드라마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 해서 만족스러웠다.
전반적으로 너무나 재밌게 시청했고 재주행이나 시즌 2 시청 의향은 있지만
제발 시즌 2의 스토리가 원작과는 다르게 각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만.. 적어도 주인공에 대한 예의는 차려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