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지나갔다.
솔직히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 후로는 매년, 매월, 매일이 똑같은 느낌이었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바쁘고 정신 없었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세월이 속절없이 흘러갔다는 걸 한 11월 쯤에야 깨달았던 것 같다.
11월을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의 내가 가장 많이 바뀌었다고 느끼는 부분은
생각을 기록과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나는 항상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특히나 올해 들어, 직장을 다니는 현실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계속 생각했다.
직장의 나쁜 점들을 계속 생각하고, 직장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또 떠날 수 없는 현실에 불만스럽다고 생각했다.
직장을 떠나면 이런 것들을 해내야지 하고 막연한 꿈을 그리기도 하였다. 물론 생각으로만.
불만을 가졌지만 이 상황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 이러한 상황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게 될까?
이런 생각들이 하나둘씩 나를 좀먹어서, 나는 쉽게 에너지가 고갈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8월달에는 이런 일기를 썼었다.
지금 보니 좀 무섭기도 하다. 저 때 피곤과 우울에 찌들어서 정신이 반쯤 나간 채로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이 글에는 나의 고뇌가 그대로 담겨 있다.
대기업 직장인으로서의 삶(꽃)과 내가 추구하고 싶은 삶(나무)을 대조하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뇌했다.
그리고 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꽃은 나무의 양분이 될 수는 있겠지만 나무가 될 순 없다.
(...) 적어도 나는 나무이고 싶은가 보다.
하지만 여전히 생각만 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10월 즈음에는 올해의 연차를 다 써버렸었다.
이젠 쉬고 싶어도 못 쉬는 상태가 되었다.
물론 연차를 다 써버린 것은 내 업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조차 하지 않았다면 난 진작에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10월 영업일의 마지막 날, 조금 있었던 초과 근무 시간을 써서 이른 퇴근을 한 나는 평소에 비해 에너지가 넘치는 상태였다.
그리고 우연히 유튜브에서 '불렛 저널' 영상을 보게 되었다.
대학에 다닐 때 '불렛 저널' 도서를 읽고 매우 감명을 받았던 것이 기억이 났다.
한동안 불렛 저널을 쓴다 어쩌다 시도하다가 취준생이 되고 흐지부지 되었었다.
이 '불렛 저널'에 대한 막연한 의욕은 어떻게 변화할까 고민하던 나에게 좋은 트리거가 되었다.
나는 노트를 펼쳤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정말 작은 할 일에서 출발했다.
내가 불렛저널에 쓴 첫 할 일은 이거였다.
- 책상 정리하기
회사를 다니다 보면, 특히 일이 바쁘다 보면 일상 생활에 소홀해지는데 그럼 집안일 같은 사소한 일도 끝없이 미루게 된다.
사소한 일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서, 이걸 해야 한다고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행동력이 생겼다.
그렇게 작은 행동을 하는 데에 성공한 뒤에는, 더 멀리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그 다음으로 한 일은 이것이다.
- 헬스장 등록하기
- 헬스장 첫 방문하기
가야지, 가야지 하고 생각만 했던 것을 적고, 실천했다.
그랬더니 더 의욕이 났다. 더 많은 일을 자발적으로 해내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할 일을 떠올렸다.
- 블로그 포스팅 아이디어 정리하기
- 블로그 포스팅하기
그렇게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생각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록이다.
불안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행동이다.
위의 두 문장은 11월 이후 내가 발견한 진리이자 나의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는 문장들이다.
나는 여전히 생각이 많다. 그리고 여전히 불안하다.
현실이 불만족스럽고 여전히 매일매일 도망치고 싶지만, 또 당장 퇴사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나는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계획할 수 있게 되었다.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11월 이전의 나는 회사 생활을 "버틴다" 라고 표현했다.
이제 나는 나의 삶을 "준비한다" 라고 말한다.
이렇게 사소한 관점의 차이가 나에게는 많은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아직도 세상은 너무나도 불확실하다.
내가 나의 삶을 온전히 짊어지고도 쓰러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은 나를 여전히 불안하게 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2025년의 첫 곡으로 Nothing But Thieves의 Free If We Want It 을 듣고자 한다.
We Can Be Free If We Want It
2024년도에는 끊임없이 고뇌했다.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로운 삶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것은,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이미 참으로 자유롭다는 것이다.
알베르 까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낄 때, 그 모든 제약은 사실 우리 스스로가 규정하고 만들어낸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는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자유로워질 수 있는 존재이다.
2025년도에는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보려 한다.
At Least It Was Real, It Was Real
2025년엔 많은 것에 도전하고, 좀 더 자발적인 삶을 사는 것이 목표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많은 것을 해내고, 또 실패해낼 것이다.
그 모든 것이 결국 나의 양분이 되고 내가 나무로 자라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두려워 하지 말자.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내고 행동해내자.
2025년 12월 31일의 내가 2025년 한 해를 돌아보았을 때에,
아쉬운 일도 있을 것이고 기쁜 일도 있을 것이지만
적어도 후회 없이 모든 것을 다 쏟아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나의 새해 소원이자 다짐이다.
https://youtu.be/PZ1IaWbZSGI?si=4a1cBa2ntES2wu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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